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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이란

작성일
2017.10.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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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있는 먼지는 눈에 보이 정도로 크기가 큰 경우 금세 땅위로 내려앉거나 우리가 숨을 통해 들이마시더라도 코털이나 코 안 점막 또는 기관지 섬모 활동으로 폐안으로까지 들어가지 못한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작은 미세먼지의 경우 폐 깊숙한 곳에까지 들어간다. 폐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먼지의 지름은 10미크론 이하로 먼지의 무게, 크기, 모양, 정전기, 화학조성, 용해도, 흡입 속도 등에 따라 코에 가까운 기관지에 침착하거나 세기관지를 따라 계속 안으로 들어가 아주 깊숙한 폐포(허파꽈리)까지 도달한다.

석면

기관지에 내려앉은 먼지는 수 시간 안에 기관지 점막세포의 섬모운동에 의해 점막을 타고 이동하여 가래가 되어 몸 밖으로 뱉어지거나 위장관 쪽으로 꿀꺽 삼키면서 제거된다. 기관지 아래 끝 부분에는 섬모세포가 없다. 그래서 먼지가 여기까지 내려왔다면 몸에서 쉽게 제거하기 어렵다. 허파꽈리 깊숙한 곳에 들어온 미세먼지는 폐조직의 대식세포가 이를 먹어서 소화분해하거나 먹은 상태로 섬모세포가 있는 점막이나 림프관까지 이동하여 다른 장소로 옮기는 일을 한다.

일반 먼지의 경우 폐안으로 들어오더라도 몸은 이처럼 어느 정도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규석이나 석면과 같은 광물질들이 들어오면 사정이 다르다. 광물 먼지들은 표면의 높은 산화력 때문에 세포막과 접촉할 경우 막이 손상된다. 몸의 대식세포가 광물 먼지를 소화분해 시키는 것이 아니라 손상을 받아 죽게 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일어난다. 석면은 그 모양이 긴 섬유 형태이기 때문에 하나의 대식세포가 석면을 모두 감싸서 제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대식세포는 석면섬유를 감싸는 과정에서 손상을 받는다. 석면은 또 산이나 알칼리 등에도 부식되지 않고 내구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한 반영구적으로 몸에 남아 있으면서 계속 손상을 주게 된다.

지금까지 동물실험 등을 통해 밝혀진 석면의 유해성은 크게 3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첫째는 먼지의 양이다. 석면먼지가 몸에 많이 흡입되면 될수록 몸에 유해하다. 둘째 요인은 먼지의 크기와 모양이다. 먼지의 크기와 모양은 폐조직의 어느 부위에 침착(沈着)하는가를 결정한다. 또한 대식세포(大食細胞)에 의해 제거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손상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결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름과 길이의 비가 1대 3 이상이면서 5미크론 이상인 석면만이 유해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먼지가 몸 안에서 분해되지 않는 내구성이 석면의 유해성을 결정한다. 내구성이 큰 석면일수록 몸 안에 계속 남아 있으면서 손상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공기와 함께 흡인된 석면섬유의 대부분은 가래와 함께 다시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폐 안에 남아 있는 것 가운데 25% 정도의 석면 섬유는 폐포의 대식세포에 섭취된다. 커다란 석면섬유에는 여러 개의 대식세포가 달라붙어 동그란 떡 모양을 이루거나 섬유의 양 끝이 대식세포의 바깥으로 삐져나오는 상태로 된다. 대식세포에 먹힌 석면섬유의 일부는 대식세포와 함께 폐안으로 이동한다. 이윽고 대식세포가 죽게 되면 석면섬유와 혈액단백질과의 콜로이드반응의 산물로서 점액질의 다당류와 원형질내의 헤모시티딘으로 덮여진 석면소체(石綿小體, asbestos body)가 생겨난다. 석면소체의 색은 황색에서부터 갈색을 띠고, 모양은 양 끝이 둥근 막대기 모양의 것과 곤봉처럼 생긴 것이 많다. 길이는 약 5~70미크론이다. 생체는 석면섬유의 주변을 이러한 물질로 덮어씌움으로서 석면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을 감소시킨다. 석면소체는 석면폭로를 받은 사람들의 가래 속에서도 배출되므로 이것을 조사해봄으로써 석면폭로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미국 피츠버그시와 미시간주에서는 각각 1백 개의 폐 조직 샘플이 검사되었는데 각각 97%와 100%에서 폐에서 석면소체가 검출됐다. 일본 오사카에서도 폐 조직 검사가 이루어졌는데 79%에서 석면소체가 발견됐다.
공기와 함께 코로 들이마신 석면 가운데 얼마만큼의 양이 어떤 부위에 정착하는가, 또 석면의 종류에 따라 정착률에 차이가 있는가를 검토해보자. 모건(Morgan) 등은 각종 석면에 방사성을 띄게 해 30분간 쥐에게 들이마시게 했다.
이와 같이 해서 석면 섬유의 기관별 정착과 배출을 관찰했다. 석면 종류별로 각 부위에서 정착률을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표 2). 코로 들이마신 석면섬유 총량의 31~64% 정도가 여러 기관에 분산·정착하고 있다.

 

[표2. 각종 석면섬유의 정착률]

석면의 종류

정착장소

총 흡입량 중 정착량의 비중

비강

식도

소화기

기관·폐포

크리소타일A

9±3

2±1

51±9

38±8

31±6

크리소타일B

8±2

2±1

54±5

36±4

43±14

아모사이트

6±1

2±1

57±4

35±5

42±14

크로시돌라이트

8±3

6±1

51±9

39±5

41±11

안소필라이트

8±2

2±1

61±8

30±8

64±24

-모건 등(1975)에서 인용 *숫자는 평균±표준편차치를 표시(%)

석면이 기관부위에 정착하면 이를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몸속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기관(氣管)보다 위에 있는 부위에서는 급속한 체외배출작용의 결과 담이나 점액과 함께 석면이 기도(氣道) 밖으로 배출되지만 전체의 3분의 2정도는 다시 삼켜져 소화기 계통으로 들어간다. 기관보다 아래에 있는 기관지나 폐포로부터 석면 배출은 매우 서서히 진행된다. 모건 등의 연구에 따르면 120일 정도 지나면 정착한 석면의 97% 정도가 배출되고 나머지 3% 정도는 몸 안에 남게 된다. 만약 표에서처럼 크리소타일A를 들이마셨다면 흡입량의 0.4% 정도가, 크리소타일B를 들이마셨다면 0.5% 정도가 기관지(氣管支)나 폐포(肺胞)에 남게 된다.

석면

폐 안에 정착한 석면 섬유에 대해서는 두 종류의 생물학적 방어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첫째로 기관 및 기관지에 밀집된 섬모가 일종의 에스컬레이터 역할을 해 석면섬유를 담이나 점액 속으로 밀어 올려 기침과 함께 몸 밖으로 내보낸다. 석면의 미세한 분진은 이 방법에 의해 대부분 제거된다.
둘째, 이물질에 대한 공격과 청소를 임무로 하는 대식세포(大食細胞, 마크로파지, macrophage)가 접근해 석면섬유를 먹으려고 한다. 석면 섬유의 길이가 5~8미크론인 경우는 세포 내로 집어삼킨 뒤 효소를 분비해 이것을 녹이려고 한다. 8미크론 이상인 경우에는 몇 개의 대식세포가 1개의 석면섬유에 달라붙는다. 석면은 대식세포가 분비하는 효소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불멸의 존재인줄 모른 죄로 결국 대식세포는 죽고 만다. 대식세포의 잔해는 화학적으로 변해 석면섬유의 표면을 덮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석면소체라고 부른다. 우리 인체는 이렇게 해서라도 석면섬유와 세포조직 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단절시켜 석면섬유의 독성을 약화시키려 한다.

대식세포는 이동 능력이 있다. 1개의 석면섬유에 여러 개의 대식세포가 달라붙은 경우에는 움직이지 않지만 대식세포의 몸 안에 완전히 삼켜진 석면섬유는 대식세포와 함께 이동한다. 이 이동에는 3가지 길이 있다. 첫째 섬모라는 에스컬레이터까지 이동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경로이다. 둘째, 림프계 조직에 들어가는 경로이다. 셋째, 폐 조직 깊숙이 돌진해 들어가는 경로이다. 이 세 번째가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석면소체가 존재하는 곳은 폐뿐 만은 아니다. 직업적으로 폭로된 노동자를 사후(死後) 부검해보면 편도와 흉부 및 복부의 림프마디, 흉막, 복막, 간, 췌장, 비장(지라), 신장(콩팥), 부신, 소장 등에서도 석면소체가 검출된다.

석면의 공격에 대한 적절한 방어에 실패하게 되면 인체는 질병에 걸린다. 석면은 진폐증의 일종인 석면폐와 폐암, 악성중피종 등 각종 암을 일으킨다. 또 흉막비후와 같은 증상도 일으킨다. 대표적인 것은 역시 석면폐와 폐암, 악성중피종이다.
석면폐란 만성이면서 진행성이 있는 진폐의 일종이다. 석면폐는 석면으로 인한 건강장해 중에서 가장 일직 알려진 질병이다. 높은 농도의 석면에 폭로된 노동자들의 폐는 매우 심한 섬유화 때문에 고무공처럼 질기면서 조그마하게 쪼그라진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이는 석면섬유가 대식세포에 손상을 주어 계속 상처받는 폐에 흉터가 자리 잡으면서 일어나는 질병이다. 많은 경우 직업적으로 고농도의 석면섬유에 10년 이상 노출된 뒤에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이보다 짧은 기간 폭로된 경우에도 왕왕 발병한다. 이 질병의 가장 큰 특징은 석면폭로가 멈춘 뒤에도 병이 진전돼 섬유증이 확대되어 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폐의 내부면적이 축소되고, 폐포의 모세혈관이 손상받기 때문에 동맥혈액 공급이 방해받아 가스교환이 완전치 못하게 된다. 그래서 숨 막히는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마른기침, 감염증 등이 일어난다. 또한 종종 폐심증, 흉막 삼출액 등이 발견된다.

석면

석면폐에는 유효한 치료법이 없다. 의사는 단지 증상을 가볍게 할 수 있을 뿐이다. 많은 석면폐 환자가 석면폐 자체 때문에 사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심각한 석면폐인 경우 육체적인 활동을 할 수 없으며 다른 합병증 등으로 일반인들보다 더욱 많이 사망하게 된다. 환자는 감염증이나 폐심증에 걸리거나 폐암이 발병돼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석면

그러면 석면은 어떻게 폐에 섬유증을 만들어내는가. 석면섬유가 폐 조직을 물리적으로 자극하면 그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서 섬유 형성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오랜 정설이었다. 최근에는 이와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첫째 이론(異論)은 대식세포만으로는 삼킬 수 없는 큰 석면섬유의 경우에는 그 일부가 대식세포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면 대식세포가 분비하는 공격용 효소와 그 밖의 물질은 석면섬유와 함께 움직이는 대식세포 밖으로 새어 나와 세포내의 단백질을 용해해버리고 결국 세포조직이 죽어 섬유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둘째 이론(異論)은 첫 번째 이론에서 설명한 바대로 대식세포 밖으로 새어나온 물질이 우선 섬유아세포(纖維芽細胞)라 불리는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고 이 섬유아세포가 교원질(膠原質)과 같은 결합조직을 만들어냄으로써 폐 속의 섬유증을 진전시킨다는 것이다.

어쨌든 대식세포는 우리 몸에 유익한 구실을 주로 하지만 석면의 경우에는 오히려 해로운 역할을 한다.

석면섬유가 석면폐를 일으키는 과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있지만 발암성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다. 석면 그 자체는 유전자와 반응해 유전자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 석면을 대식세포와 함께 배양을 하면 세포막의 산화에 따른 대식세포 등의 손상이 일어난다. 이는 석면의 표면성질 때문으로 보인다. 또 염색체를 손상시키는 물질이 배양액에서 검출된다. 이로 미루어 석면은 직접적으로 유전자에 영향을 끼쳐 암을 일으키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암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석면이 폐암을 일으키는 데는 석면의 길이와 모양이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폐 조직 내에 존재하는 석면 섬유의 길이가 10미크론 이상이며 지름은 0.15미크론 이상의 두꺼운 모양의 석면섬유 숫자가 많을수록 폐암이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석면에 노출된 사람에서 발생하는 폐암은 다른 폐암에 견줘 질적으로 다르지는 않지만 폐의 하엽에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석면에 의한 폐암은 석면에 최초로 노출된 후 약 2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게 됨. 석면과 흡연은 발암 상승작용이 있어서 흡연자가 석면에 노출될 경우에는 비흡연자 보다 폐암의 발병확률이 약 25~50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